"엑셀로 추세선 그려서 쓰고 있는데, AI로 하면 얼마나 좋아지나요." 수요 예측 관련 문의는 대체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품목의 수요 패턴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품목은 추세선으로 충분하고, 어떤 품목은 아무리 좋은 모델을 써도 오차가 크게 남습니다.
수요는 한 종류가 아니다
같은 창고에 있는 품목이라도 수요가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갈립니다. 이 구분이 예측 방법 선택의 출발점입니다.
- 안정형. 월별 변동이 작습니다. 소모품, 정기 납품 부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지난 몇 달 평균이 다음 달 수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계절형. 해마다 같은 시기에 오르내립니다. 냉난방 관련 제품, 명절 수요, 학기 시작에 맞물린 품목이 전형적입니다.
- 간헐형. 대부분의 기간에 판매가 0이고, 가끔 크게 튑니다. 보수용 예비품, 특수 규격 자재가 여기에 속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골치 아픈 유형입니다.
더 복잡한 방법이 항상 이기지는 않는다
세 유형에 같은 방법들을 적용하면 결과가 뒤집힙니다. 아래는 예측 오차(MAPE, 낮을수록 정확)를 유형별로 비교한 것입니다.
읽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 안정형에서는 세 방법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이 구간에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낮습니다. 추세선을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 계절형에서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집니다. 추세선은 계절성을 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이기는 것은 머신러닝이라기보다 계절성을 다룰 줄 아는 통계 모델이고, 머신러닝과의 격차는 크지 않습니다.
- 간헐형은 어떤 방법을 써도 오차가 크게 남습니다. 언제 팔릴지 모르는 물건의 판매 시점을 맞히는 것은 원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간헐형 품목은 예측 문제가 아니라 재고 정책 문제로 다루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몇 개 팔릴까"를 맞히려 하지 말고 "품절되면 얼마나 손해인가"를 기준으로 안전재고를 정하는 접근이 더 잘 작동합니다.
정확도를 올리는 목적은 비용을 줄이는 것
예측 정확도 자체가 목표인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은 결품을 줄이면서 재고도 줄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안전재고를 늘리면 결품 비용은 줄지만 보관 비용이 늘어납니다. 총비용이 가장 낮은 지점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예측 정확도가 올라가면 이 곡선 자체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같은 결품률을 더 적은 재고로 달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도입 효과를 판단할 때는 오차율 몇 퍼센트가 아니라 이 차이를 보셔야 합니다.
그래서 검토 초기에 이 질문을 먼저 드립니다. 결품 한 건의 비용과 재고 한 달 보관 비용을 숫자로 말할 수 있는가. 이 두 값이 없으면 예측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어느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모델보다 데이터가 먼저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곳은 모델이 아닙니다.
판매 데이터와 수요 데이터는 다르다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품절이었던 기간의 판매량은 0으로 기록되지만 수요가 0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구분 없이 학습하면 모델은 "품절이 잦은 인기 품목의 수요가 낮다"고 배웁니다. 품절 이력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 기간은 학습에서 제외하는 편이 낫습니다.
과거 데이터가 얼마나 필요한가
계절성을 잡으려면 최소 2년, 가능하면 3년치가 필요합니다. 한 해만으로는 그것이 계절성인지 그해에만 있었던 일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안정형 품목은 1년치로도 충분합니다.
예외를 표시할 수 있는가
대형 프로모션, 일회성 대량 수주, 설비 고장으로 인한 공급 중단 같은 사건은 반드시 별도로 표시되어야 합니다. 표시가 없으면 모델은 그것을 평상시 수요로 학습하고 다음 해에도 같은 시기에 그만큼 팔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품목 코드가 유지되는가
리뉴얼이나 규격 변경 때 코드가 바뀌면 과거 데이터와의 연결이 끊깁니다. 이 연결 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도입 전 확인할 것
세 가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 대상 품목이 어느 유형인가. 전체 품목을 한 번에 다루려 하지 말고 매출 비중이 높으면서 계절성이 뚜렷한 품목부터 시작하는 편이 효과가 빠릅니다.
- 지금 예측이 얼마나 틀리고 있는가. 현재 방식의 오차를 모르면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비교 기준이 없는 도입은 성과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 예측 결과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 발주량이 자동으로 조정되지 않고 담당자가 기존 방식대로 판단한다면 예측을 아무리 잘해도 재고는 그대로입니다. 이것이 실제 도입에서 가장 자주 발목을 잡는 지점입니다.
수요 예측은 알고리즘을 고르는 일보다 어느 품목에 적용하고 그 결과로 무엇을 바꿀지 정하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 두 가지가 정해져 있다면 모델 선택은 그다음 문제입니다.